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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최근에 본 몇편

몽상(최성규) 2024. 10. 29. 12:01

아아. 이렇게 모아 놓으니 좋구나. 단기기억상실증에 도움이 된다.

 

 

 

- 1동 28번지 차숙이네 -----------------------------------------------------------------------------------------

제작: 극단 놀땅

연출: 최진아

 

 

지방의 어느 시골.
차숙이네가 옛날집을 허물고 그 자리에 새 집을 짓고 있다.
집의 기초공사가 마무리 될 무렵 차숙이의 큰아들이 기초가 비뚤어진 것을 발견한다.
공사는 중단되고 땅을 바로잡으려는 와중에 차숙이네 삼남매는 옛날집이 택지가 아닌 농지위에 불법으로 지은 집이었으며 돌아가신 아버지가 군청 몰래 집을 늘려짓고 살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제 다시 새 집을 반듯하게 고쳐 지으려는데 셋째 딸이 이의를 제기한다.
새 집을 비뚤게 짓자는 것이다.
집에 대한 의미와 가치가 각자 다른 삼남매와 어머니 차숙이는 회의를 한다.

집이 이런저런 의견과 선택 속에서 점차 모양을 갖춰가는 동안 차숙이는 몸이 아파 병원에 실려 가고 집을 짓던 삼남매는 집을 계속 지어야할지 중지해야할지 망연자실해진다.
인부들은 반쯤 지어진 집을 바라보고 다음 단계의 일을 기다리고 있고 주인 잃은 집은 바람과 햇빛을 받으며 서있다.
------------------------------------------------------------------------------------------------------------------------

 

 

 동생의 친구이자 고등학교 후배가 출연한다고 해서 보게 된 공연이다.

고등학교 때 집에 드나들던 녀석. 인사나 받아봤지 정작 술한잔이라도 기울여본 적 없는 놈인데 세월이 훌쩍 지나보니 연극배우가 되어 있더라. 이 녀석이 이렇게 잘생겼었나. 내가 그토록 존경해 마지 않는 광대가 되었단 말인가.

 

연극의 소재와 연출은 너무 신선했다. 무대에 집을 짓는다. 공연중에 '집짓기 시작한지 : 00일째' 피켓이 넘어가고 극이 전개가 되면서 기초와 외벽이 세워진다. 집을 짓는 과정은 험난하다. 반쯥 지어놓고 보니 정사각형이 아닌 다각형이었고, 또 반쯤 다시짓고 보니 노둣돌부터 지하수가 솟구쳤다. 인간에게 집이라는 것. 평당 얼마고 그 가치가 어찌될지 모니터를 해야 하는 그런거 말고. 용적율이고 건폐율이고 기하학적인 그런거 말고. 살아있는 인간이 살을 붙이는 곳. 살아가는 이유를 끊임없이 물어야 하는 것처럼 들여다보고 만져주고 안아주어야 하는 생명같은. 집은 인권이라는데. 그런 명제가 없어도 그런 생각을 심어주는 공연이었다.

 

" 까치가 집짓는 것을 봤는데요. 까치가 딱좋은 나무가지를 물고 하늘로 올라가려다가 나무가 무거워 떨어지고, 바람이 부니까 휘청하는데 균형을 잃지 않으려고 날개를 파다닥 거리면서도 물고있는 나무가지는 꼭 물고 놓지 않더라니까요.근데 까치는 지 살려고 집 짓는데 사람은 뭐하려고 집짓는 줄도 모르고 집짓고 허물고 땅파고..."

 

정말 잘봤다고. 좀 합디다 했더니. 후배 녀석이 그러더라. 친구들은 보러 오라고 해도 안와요. 연극 아직도 하냐 그런다고.

배우 이준영. 그녀석 키가 커보였다. 공연이 끝나도 곧게 서 있었던 반쯤 지어진 집 같다는 생각을 했다.    

         

 

 

 

 

 

 - 뮤지컬 서편제 -------------------------------------------------------------------------------------------------------

연출 : 이지나 

 

이청준 원작의 송화의 소리 모티브는 최대한 작품에 반영한다.
공연에서 송화는 범인과 다른 자신의 예술인 소리를 끝까지 포기 않는 초인적 예술가의 초상이며 우리 소리 판소리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송화는 이렇게 우리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정서의 유전자이며, 현대화 되어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잠시 잊었지만 결국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우리의 정체성이다.
작품의 주제는 판소리로 상징되는 송화의 고난의 과정, 소리를 향한, 고행, 의심 자기자신과의 투쟁, 그리고 성공이나 명예를 원한 것이 아닌 오롯이 소리 자체의 완성으로 귀결되는 여정을 보여준다.
영화 서편제와 다른 것은 공연 특히 뮤지컬의 첫 번째 존재이유인 음악의 힘이며,
컨템포러리 뮤지컬의 근간인 발라드와 락 그리고 모더나이즈 된 판소리도 시도할 것이며 당연히 전통 판소리도 삽입된다.
원작과 차별화된 캐릭터인 동호의 소리는 시대를 함께하는 대중 음악을 상징하며, 항상 제자리를 지키는 판소리와 서로 함께 어우러져야 할 공존의 운명임을 보여준다.
80년대의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가 아닌, 다른 전환으로의 시대가 오고 있음을 뮤지컬 서편제가 보여줄 것이다.

   -------------------------------------------------------------------------------------------------------------------

 

볼 때마다 이성을 잃는 이자람이 뮤지컬 배우도 한다. 이런. 이제 그녀는 내가 쳐다볼 수 없는 곳으로 가버렸다.

 

 영화 서편제와 다르다면 동호가 락을 하고 싶어서 도망을 친다는 것. 검증된 스타 배우들과 이성을 잃게 하는 이자람의 연기는 물론 너무 좋았고, 무대 연출과 군무도 인상적인 공연이었다. 아쉬웠던 건 판소리극인 만큼 관객 속으로 더 들어오면 어땠을까 하는. 연강홀의 무대와 관객은 멀기만 했다. 그럼에도 9만9천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한 건 하나도 아깝지 않다.

 

이성을 잃었으니까.  마지막 15분. 동화와 송화가 안부도 없는 소리와 북을 나누는 장면에서 난 숨을 안 쉬었던 것 같다. 심청가중 심봉사가 눈을 뜨는 대목을 15분간 쏟아내는 이자람은 숨이 끊어질 듯 내지르면서 이어가고 울고 있었다. 이자람이. 우셨다.

 

판소리를 배워야겠다. 진짜다.

아아. 이렇게 모아 놓으니 좋구나. 단기기억상실증에 도움이 된다.

 

 

 

- 1동 28번지 차숙이네 -----------------------------------------------------------------------------------------

제작: 극단 놀땅

연출: 최진아

 

 

지방의 어느 시골.
차숙이네가 옛날집을 허물고 그 자리에 새 집을 짓고 있다.
집의 기초공사가 마무리 될 무렵 차숙이의 큰아들이 기초가 비뚤어진 것을 발견한다.
공사는 중단되고 땅을 바로잡으려는 와중에 차숙이네 삼남매는 옛날집이 택지가 아닌 농지위에 불법으로 지은 집이었으며 돌아가신 아버지가 군청 몰래 집을 늘려짓고 살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제 다시 새 집을 반듯하게 고쳐 지으려는데 셋째 딸이 이의를 제기한다.
새 집을 비뚤게 짓자는 것이다.
집에 대한 의미와 가치가 각자 다른 삼남매와 어머니 차숙이는 회의를 한다.

집이 이런저런 의견과 선택 속에서 점차 모양을 갖춰가는 동안 차숙이는 몸이 아파 병원에 실려 가고 집을 짓던 삼남매는 집을 계속 지어야할지 중지해야할지 망연자실해진다.
인부들은 반쯤 지어진 집을 바라보고 다음 단계의 일을 기다리고 있고 주인 잃은 집은 바람과 햇빛을 받으며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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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생의 친구이자 고등학교 후배가 출연한다고 해서 보게 된 공연이다.

고등학교 때 집에 드나들던 녀석. 인사나 받아봤지 정작 술한잔이라도 기울여본 적 없는 놈인데 세월이 훌쩍 지나보니 연극배우가 되어 있더라. 이 녀석이 이렇게 잘생겼었나. 내가 그토록 존경해 마지 않는 광대가 되었단 말인가.

 

연극의 소재와 연출은 너무 신선했다. 무대에 집을 짓는다. 공연중에 '집짓기 시작한지 : 00일째' 피켓이 넘어가고 극이 전개가 되면서 기초와 외벽이 세워진다. 집을 짓는 과정은 험난하다. 반쯥 지어놓고 보니 정사각형이 아닌 다각형이었고, 또 반쯤 다시짓고 보니 노둣돌부터 지하수가 솟구쳤다. 인간에게 집이라는 것. 평당 얼마고 그 가치가 어찌될지 모니터를 해야 하는 그런거 말고. 용적율이고 건폐율이고 기하학적인 그런거 말고. 살아있는 인간이 살을 붙이는 곳. 살아가는 이유를 끊임없이 물어야 하는 것처럼 들여다보고 만져주고 안아주어야 하는 생명같은. 집은 인권이라는데. 그런 명제가 없어도 그런 생각을 심어주는 공연이었다.

 

" 까치가 집짓는 것을 봤는데요. 까치가 딱좋은 나무가지를 물고 하늘로 올라가려다가 나무가 무거워 떨어지고, 바람이 부니까 휘청하는데 균형을 잃지 않으려고 날개를 파다닥 거리면서도 물고있는 나무가지는 꼭 물고 놓지 않더라니까요.근데 까치는 지 살려고 집 짓는데 사람은 뭐하려고 집짓는 줄도 모르고 집짓고 허물고 땅파고..."

 

정말 잘봤다고. 좀 합디다 했더니. 후배 녀석이 그러더라. 친구들은 보러 오라고 해도 안와요. 연극 아직도 하냐 그런다고.

배우 이준영. 그녀석 키가 커보였다. 공연이 끝나도 곧게 서 있었던 반쯤 지어진 집 같다는 생각을 했다.    

         

 

 

 

 

 

 - 뮤지컬 서편제 -------------------------------------------------------------------------------------------------------

연출 : 이지나 

 

이청준 원작의 송화의 소리 모티브는 최대한 작품에 반영한다.
공연에서 송화는 범인과 다른 자신의 예술인 소리를 끝까지 포기 않는 초인적 예술가의 초상이며 우리 소리 판소리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송화는 이렇게 우리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정서의 유전자이며, 현대화 되어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잠시 잊었지만 결국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우리의 정체성이다.
작품의 주제는 판소리로 상징되는 송화의 고난의 과정, 소리를 향한, 고행, 의심 자기자신과의 투쟁, 그리고 성공이나 명예를 원한 것이 아닌 오롯이 소리 자체의 완성으로 귀결되는 여정을 보여준다.
영화 서편제와 다른 것은 공연 특히 뮤지컬의 첫 번째 존재이유인 음악의 힘이며,
컨템포러리 뮤지컬의 근간인 발라드와 락 그리고 모더나이즈 된 판소리도 시도할 것이며 당연히 전통 판소리도 삽입된다.
원작과 차별화된 캐릭터인 동호의 소리는 시대를 함께하는 대중 음악을 상징하며, 항상 제자리를 지키는 판소리와 서로 함께 어우러져야 할 공존의 운명임을 보여준다.
80년대의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가 아닌, 다른 전환으로의 시대가 오고 있음을 뮤지컬 서편제가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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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때마다 이성을 잃는 이자람이 뮤지컬 배우도 한다. 이런. 이제 그녀는 내가 쳐다볼 수 없는 곳으로 가버렸다.

 

 영화 서편제와 다르다면 동호가 락을 하고 싶어서 도망을 친다는 것. 검증된 스타 배우들과 이성을 잃게 하는 이자람의 연기는 물론 너무 좋았고, 무대 연출과 군무도 인상적인 공연이었다. 아쉬웠던 건 판소리극인 만큼 관객 속으로 더 들어오면 어땠을까 하는. 연강홀의 무대와 관객은 멀기만 했다. 그럼에도 9만9천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한 건 하나도 아깝지 않다.

 

이성을 잃었으니까.  마지막 15분. 동화와 송화가 안부도 없는 소리와 북을 나누는 장면에서 난 숨을 안 쉬었던 것 같다. 심청가중 심봉사가 눈을 뜨는 대목을 15분간 쏟아내는 이자람은 숨이 끊어질 듯 내지르면서 이어가고 울고 있었다. 이자람이. 우셨다.

 

판소리를 배워야겠다. 진짜다.

아아. 이렇게 모아 놓으니 좋구나. 단기기억상실증에 도움이 된다.

 

 

 

- 1동 28번지 차숙이네 -----------------------------------------------------------------------------------------

제작: 극단 놀땅

연출: 최진아

 

 

지방의 어느 시골.
차숙이네가 옛날집을 허물고 그 자리에 새 집을 짓고 있다.
집의 기초공사가 마무리 될 무렵 차숙이의 큰아들이 기초가 비뚤어진 것을 발견한다.
공사는 중단되고 땅을 바로잡으려는 와중에 차숙이네 삼남매는 옛날집이 택지가 아닌 농지위에 불법으로 지은 집이었으며 돌아가신 아버지가 군청 몰래 집을 늘려짓고 살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제 다시 새 집을 반듯하게 고쳐 지으려는데 셋째 딸이 이의를 제기한다.
새 집을 비뚤게 짓자는 것이다.
집에 대한 의미와 가치가 각자 다른 삼남매와 어머니 차숙이는 회의를 한다.

집이 이런저런 의견과 선택 속에서 점차 모양을 갖춰가는 동안 차숙이는 몸이 아파 병원에 실려 가고 집을 짓던 삼남매는 집을 계속 지어야할지 중지해야할지 망연자실해진다.
인부들은 반쯤 지어진 집을 바라보고 다음 단계의 일을 기다리고 있고 주인 잃은 집은 바람과 햇빛을 받으며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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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생의 친구이자 고등학교 후배가 출연한다고 해서 보게 된 공연이다.

고등학교 때 집에 드나들던 녀석. 인사나 받아봤지 정작 술한잔이라도 기울여본 적 없는 놈인데 세월이 훌쩍 지나보니 연극배우가 되어 있더라. 이 녀석이 이렇게 잘생겼었나. 내가 그토록 존경해 마지 않는 광대가 되었단 말인가.

 

연극의 소재와 연출은 너무 신선했다. 무대에 집을 짓는다. 공연중에 '집짓기 시작한지 : 00일째' 피켓이 넘어가고 극이 전개가 되면서 기초와 외벽이 세워진다. 집을 짓는 과정은 험난하다. 반쯥 지어놓고 보니 정사각형이 아닌 다각형이었고, 또 반쯤 다시짓고 보니 노둣돌부터 지하수가 솟구쳤다. 인간에게 집이라는 것. 평당 얼마고 그 가치가 어찌될지 모니터를 해야 하는 그런거 말고. 용적율이고 건폐율이고 기하학적인 그런거 말고. 살아있는 인간이 살을 붙이는 곳. 살아가는 이유를 끊임없이 물어야 하는 것처럼 들여다보고 만져주고 안아주어야 하는 생명같은. 집은 인권이라는데. 그런 명제가 없어도 그런 생각을 심어주는 공연이었다.

 

" 까치가 집짓는 것을 봤는데요. 까치가 딱좋은 나무가지를 물고 하늘로 올라가려다가 나무가 무거워 떨어지고, 바람이 부니까 휘청하는데 균형을 잃지 않으려고 날개를 파다닥 거리면서도 물고있는 나무가지는 꼭 물고 놓지 않더라니까요.근데 까치는 지 살려고 집 짓는데 사람은 뭐하려고 집짓는 줄도 모르고 집짓고 허물고 땅파고..."

 

정말 잘봤다고. 좀 합디다 했더니. 후배 녀석이 그러더라. 친구들은 보러 오라고 해도 안와요. 연극 아직도 하냐 그런다고.

배우 이준영. 그녀석 키가 커보였다. 공연이 끝나도 곧게 서 있었던 반쯤 지어진 집 같다는 생각을 했다.    

         

 

 

 

 

 

 - 뮤지컬 서편제 -------------------------------------------------------------------------------------------------------

연출 : 이지나 

 

이청준 원작의 송화의 소리 모티브는 최대한 작품에 반영한다.
공연에서 송화는 범인과 다른 자신의 예술인 소리를 끝까지 포기 않는 초인적 예술가의 초상이며 우리 소리 판소리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송화는 이렇게 우리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정서의 유전자이며, 현대화 되어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잠시 잊었지만 결국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우리의 정체성이다.
작품의 주제는 판소리로 상징되는 송화의 고난의 과정, 소리를 향한, 고행, 의심 자기자신과의 투쟁, 그리고 성공이나 명예를 원한 것이 아닌 오롯이 소리 자체의 완성으로 귀결되는 여정을 보여준다.
영화 서편제와 다른 것은 공연 특히 뮤지컬의 첫 번째 존재이유인 음악의 힘이며,
컨템포러리 뮤지컬의 근간인 발라드와 락 그리고 모더나이즈 된 판소리도 시도할 것이며 당연히 전통 판소리도 삽입된다.
원작과 차별화된 캐릭터인 동호의 소리는 시대를 함께하는 대중 음악을 상징하며, 항상 제자리를 지키는 판소리와 서로 함께 어우러져야 할 공존의 운명임을 보여준다.
80년대의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가 아닌, 다른 전환으로의 시대가 오고 있음을 뮤지컬 서편제가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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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때마다 이성을 잃는 이자람이 뮤지컬 배우도 한다. 이런. 이제 그녀는 내가 쳐다볼 수 없는 곳으로 가버렸다.

 

 영화 서편제와 다르다면 동호가 락을 하고 싶어서 도망을 친다는 것. 검증된 스타 배우들과 이성을 잃게 하는 이자람의 연기는 물론 너무 좋았고, 무대 연출과 군무도 인상적인 공연이었다. 아쉬웠던 건 판소리극인 만큼 관객 속으로 더 들어오면 어땠을까 하는. 연강홀의 무대와 관객은 멀기만 했다. 그럼에도 9만9천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한 건 하나도 아깝지 않다.

 

이성을 잃었으니까.  마지막 15분. 동화와 송화가 안부도 없는 소리와 북을 나누는 장면에서 난 숨을 안 쉬었던 것 같다. 심청가중 심봉사가 눈을 뜨는 대목을 15분간 쏟아내는 이자람은 숨이 끊어질 듯 내지르면서 이어가고 울고 있었다. 이자람이. 우셨다.

 

판소리를 배워야겠다. 진짜다.

아아. 이렇게 모아 놓으니 좋구나. 단기기억상실증에 도움이 된다.

 

 

 

- 1동 28번지 차숙이네 -----------------------------------------------------------------------------------------

제작: 극단 놀땅

연출: 최진아

 

 

지방의 어느 시골.
차숙이네가 옛날집을 허물고 그 자리에 새 집을 짓고 있다.
집의 기초공사가 마무리 될 무렵 차숙이의 큰아들이 기초가 비뚤어진 것을 발견한다.
공사는 중단되고 땅을 바로잡으려는 와중에 차숙이네 삼남매는 옛날집이 택지가 아닌 농지위에 불법으로 지은 집이었으며 돌아가신 아버지가 군청 몰래 집을 늘려짓고 살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제 다시 새 집을 반듯하게 고쳐 지으려는데 셋째 딸이 이의를 제기한다.
새 집을 비뚤게 짓자는 것이다.
집에 대한 의미와 가치가 각자 다른 삼남매와 어머니 차숙이는 회의를 한다.

집이 이런저런 의견과 선택 속에서 점차 모양을 갖춰가는 동안 차숙이는 몸이 아파 병원에 실려 가고 집을 짓던 삼남매는 집을 계속 지어야할지 중지해야할지 망연자실해진다.
인부들은 반쯤 지어진 집을 바라보고 다음 단계의 일을 기다리고 있고 주인 잃은 집은 바람과 햇빛을 받으며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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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생의 친구이자 고등학교 후배가 출연한다고 해서 보게 된 공연이다.

고등학교 때 집에 드나들던 녀석. 인사나 받아봤지 정작 술한잔이라도 기울여본 적 없는 놈인데 세월이 훌쩍 지나보니 연극배우가 되어 있더라. 이 녀석이 이렇게 잘생겼었나. 내가 그토록 존경해 마지 않는 광대가 되었단 말인가.

 

연극의 소재와 연출은 너무 신선했다. 무대에 집을 짓는다. 공연중에 '집짓기 시작한지 : 00일째' 피켓이 넘어가고 극이 전개가 되면서 기초와 외벽이 세워진다. 집을 짓는 과정은 험난하다. 반쯥 지어놓고 보니 정사각형이 아닌 다각형이었고, 또 반쯤 다시짓고 보니 노둣돌부터 지하수가 솟구쳤다. 인간에게 집이라는 것. 평당 얼마고 그 가치가 어찌될지 모니터를 해야 하는 그런거 말고. 용적율이고 건폐율이고 기하학적인 그런거 말고. 살아있는 인간이 살을 붙이는 곳. 살아가는 이유를 끊임없이 물어야 하는 것처럼 들여다보고 만져주고 안아주어야 하는 생명같은. 집은 인권이라는데. 그런 명제가 없어도 그런 생각을 심어주는 공연이었다.

 

" 까치가 집짓는 것을 봤는데요. 까치가 딱좋은 나무가지를 물고 하늘로 올라가려다가 나무가 무거워 떨어지고, 바람이 부니까 휘청하는데 균형을 잃지 않으려고 날개를 파다닥 거리면서도 물고있는 나무가지는 꼭 물고 놓지 않더라니까요.근데 까치는 지 살려고 집 짓는데 사람은 뭐하려고 집짓는 줄도 모르고 집짓고 허물고 땅파고..."

 

정말 잘봤다고. 좀 합디다 했더니. 후배 녀석이 그러더라. 친구들은 보러 오라고 해도 안와요. 연극 아직도 하냐 그런다고.

배우 이준영. 그녀석 키가 커보였다. 공연이 끝나도 곧게 서 있었던 반쯤 지어진 집 같다는 생각을 했다.    

         

 

 

 

 

 

 - 뮤지컬 서편제 -------------------------------------------------------------------------------------------------------

연출 : 이지나 

 

이청준 원작의 송화의 소리 모티브는 최대한 작품에 반영한다.
공연에서 송화는 범인과 다른 자신의 예술인 소리를 끝까지 포기 않는 초인적 예술가의 초상이며 우리 소리 판소리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송화는 이렇게 우리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정서의 유전자이며, 현대화 되어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잠시 잊었지만 결국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우리의 정체성이다.
작품의 주제는 판소리로 상징되는 송화의 고난의 과정, 소리를 향한, 고행, 의심 자기자신과의 투쟁, 그리고 성공이나 명예를 원한 것이 아닌 오롯이 소리 자체의 완성으로 귀결되는 여정을 보여준다.
영화 서편제와 다른 것은 공연 특히 뮤지컬의 첫 번째 존재이유인 음악의 힘이며,
컨템포러리 뮤지컬의 근간인 발라드와 락 그리고 모더나이즈 된 판소리도 시도할 것이며 당연히 전통 판소리도 삽입된다.
원작과 차별화된 캐릭터인 동호의 소리는 시대를 함께하는 대중 음악을 상징하며, 항상 제자리를 지키는 판소리와 서로 함께 어우러져야 할 공존의 운명임을 보여준다.
80년대의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가 아닌, 다른 전환으로의 시대가 오고 있음을 뮤지컬 서편제가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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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때마다 이성을 잃는 이자람이 뮤지컬 배우도 한다. 이런. 이제 그녀는 내가 쳐다볼 수 없는 곳으로 가버렸다.

 

 영화 서편제와 다르다면 동호가 락을 하고 싶어서 도망을 친다는 것. 검증된 스타 배우들과 이성을 잃게 하는 이자람의 연기는 물론 너무 좋았고, 무대 연출과 군무도 인상적인 공연이었다. 아쉬웠던 건 판소리극인 만큼 관객 속으로 더 들어오면 어땠을까 하는. 연강홀의 무대와 관객은 멀기만 했다. 그럼에도 9만9천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한 건 하나도 아깝지 않다.

 

이성을 잃었으니까.  마지막 15분. 동화와 송화가 안부도 없는 소리와 북을 나누는 장면에서 난 숨을 안 쉬었던 것 같다. 심청가중 심봉사가 눈을 뜨는 대목을 15분간 쏟아내는 이자람은 숨이 끊어질 듯 내지르면서 이어가고 울고 있었다. 이자람이. 우셨다.

 

판소리를 배워야겠다. 진짜다.

아아. 이렇게 모아 놓으니 좋구나. 단기기억상실증에 도움이 된다.

 

 

 

- 1동 28번지 차숙이네 -----------------------------------------------------------------------------------------

제작: 극단 놀땅

연출: 최진아

 

 

지방의 어느 시골.
차숙이네가 옛날집을 허물고 그 자리에 새 집을 짓고 있다.
집의 기초공사가 마무리 될 무렵 차숙이의 큰아들이 기초가 비뚤어진 것을 발견한다.
공사는 중단되고 땅을 바로잡으려는 와중에 차숙이네 삼남매는 옛날집이 택지가 아닌 농지위에 불법으로 지은 집이었으며 돌아가신 아버지가 군청 몰래 집을 늘려짓고 살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제 다시 새 집을 반듯하게 고쳐 지으려는데 셋째 딸이 이의를 제기한다.
새 집을 비뚤게 짓자는 것이다.
집에 대한 의미와 가치가 각자 다른 삼남매와 어머니 차숙이는 회의를 한다.

집이 이런저런 의견과 선택 속에서 점차 모양을 갖춰가는 동안 차숙이는 몸이 아파 병원에 실려 가고 집을 짓던 삼남매는 집을 계속 지어야할지 중지해야할지 망연자실해진다.
인부들은 반쯤 지어진 집을 바라보고 다음 단계의 일을 기다리고 있고 주인 잃은 집은 바람과 햇빛을 받으며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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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생의 친구이자 고등학교 후배가 출연한다고 해서 보게 된 공연이다.

고등학교 때 집에 드나들던 녀석. 인사나 받아봤지 정작 술한잔이라도 기울여본 적 없는 놈인데 세월이 훌쩍 지나보니 연극배우가 되어 있더라. 이 녀석이 이렇게 잘생겼었나. 내가 그토록 존경해 마지 않는 광대가 되었단 말인가.

 

연극의 소재와 연출은 너무 신선했다. 무대에 집을 짓는다. 공연중에 '집짓기 시작한지 : 00일째' 피켓이 넘어가고 극이 전개가 되면서 기초와 외벽이 세워진다. 집을 짓는 과정은 험난하다. 반쯥 지어놓고 보니 정사각형이 아닌 다각형이었고, 또 반쯤 다시짓고 보니 노둣돌부터 지하수가 솟구쳤다. 인간에게 집이라는 것. 평당 얼마고 그 가치가 어찌될지 모니터를 해야 하는 그런거 말고. 용적율이고 건폐율이고 기하학적인 그런거 말고. 살아있는 인간이 살을 붙이는 곳. 살아가는 이유를 끊임없이 물어야 하는 것처럼 들여다보고 만져주고 안아주어야 하는 생명같은. 집은 인권이라는데. 그런 명제가 없어도 그런 생각을 심어주는 공연이었다.

 

" 까치가 집짓는 것을 봤는데요. 까치가 딱좋은 나무가지를 물고 하늘로 올라가려다가 나무가 무거워 떨어지고, 바람이 부니까 휘청하는데 균형을 잃지 않으려고 날개를 파다닥 거리면서도 물고있는 나무가지는 꼭 물고 놓지 않더라니까요.근데 까치는 지 살려고 집 짓는데 사람은 뭐하려고 집짓는 줄도 모르고 집짓고 허물고 땅파고..."

 

정말 잘봤다고. 좀 합디다 했더니. 후배 녀석이 그러더라. 친구들은 보러 오라고 해도 안와요. 연극 아직도 하냐 그런다고.

배우 이준영. 그녀석 키가 커보였다. 공연이 끝나도 곧게 서 있었던 반쯤 지어진 집 같다는 생각을 했다.    

         

 

 

 

 

 

 - 뮤지컬 서편제 -------------------------------------------------------------------------------------------------------

연출 : 이지나 

 

이청준 원작의 송화의 소리 모티브는 최대한 작품에 반영한다.
공연에서 송화는 범인과 다른 자신의 예술인 소리를 끝까지 포기 않는 초인적 예술가의 초상이며 우리 소리 판소리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송화는 이렇게 우리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정서의 유전자이며, 현대화 되어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잠시 잊었지만 결국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우리의 정체성이다.
작품의 주제는 판소리로 상징되는 송화의 고난의 과정, 소리를 향한, 고행, 의심 자기자신과의 투쟁, 그리고 성공이나 명예를 원한 것이 아닌 오롯이 소리 자체의 완성으로 귀결되는 여정을 보여준다.
영화 서편제와 다른 것은 공연 특히 뮤지컬의 첫 번째 존재이유인 음악의 힘이며,
컨템포러리 뮤지컬의 근간인 발라드와 락 그리고 모더나이즈 된 판소리도 시도할 것이며 당연히 전통 판소리도 삽입된다.
원작과 차별화된 캐릭터인 동호의 소리는 시대를 함께하는 대중 음악을 상징하며, 항상 제자리를 지키는 판소리와 서로 함께 어우러져야 할 공존의 운명임을 보여준다.
80년대의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가 아닌, 다른 전환으로의 시대가 오고 있음을 뮤지컬 서편제가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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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때마다 이성을 잃는 이자람이 뮤지컬 배우도 한다. 이런. 이제 그녀는 내가 쳐다볼 수 없는 곳으로 가버렸다.

 

 영화 서편제와 다르다면 동호가 락을 하고 싶어서 도망을 친다는 것. 검증된 스타 배우들과 이성을 잃게 하는 이자람의 연기는 물론 너무 좋았고, 무대 연출과 군무도 인상적인 공연이었다. 아쉬웠던 건 판소리극인 만큼 관객 속으로 더 들어오면 어땠을까 하는. 연강홀의 무대와 관객은 멀기만 했다. 그럼에도 9만9천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한 건 하나도 아깝지 않다.

 

이성을 잃었으니까.  마지막 15분. 동화와 송화가 안부도 없는 소리와 북을 나누는 장면에서 난 숨을 안 쉬었던 것 같다. 심청가중 심봉사가 눈을 뜨는 대목을 15분간 쏟아내는 이자람은 숨이 끊어질 듯 내지르면서 이어가고 울고 있었다. 이자람이. 우셨다.

 

판소리를 배워야겠다. 진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