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잘가라 친구
몽상(최성규)
2024. 10. 29. 12:17
진지했던 녀석..
웃음이 따뜻했던..
야학에서 교사와 학생 커플이 많지 않았는데.. 어느날 연애를 하게 됐다고 축하해 달라던 녀석..
왠지 가난한 사랑을 할 것 같았지만 그래서 예뻐 보였던 그 녀석이..
목을 맸단다.
유서도 하나 없이. 저보다 작은 장농에 줄을 묶고.
그만 살아도 되겠다고. 마음 먹어도 독하게 먹었나보다.
그와 함께 했던 기억만큼 누구는 눈물을 쏟고.
누구는 그의 수업시간에 그가 얘기하던 가치라는 말이 며칠 전부터 계속 생각이 났더란다. 이상하게도. 이럴려고 그랬나 보다고.
그 '가치' 라는게 너무 욕심을 부리지 않고 살아도 괜찮다고 하는 건가.. 하면서 그를 떠올렸는데 그가 이렇게 갔더란다.
이렇게 급하게 갈 거였으면.
동갑내기라고 말만 놓았지 몇마디 더 붙여보지 못한. 술이라도 한잔 더 기울이지 못한. 괜한 후회가 밀려온다.
아무도 그의 마음 속을 이해할 수 없겠지만.
줄을 붙잡기 전까지의 그에 대해서 아는게 너무 없었던 빈소의 풍경은 허망했다.
옷이 저거 밖에 없나 싶게 입고 다녔던 아이보리 니트는 영정사진에서 까지 입고 있고.
잘가라 친구.
손 흔드는 것 말고는 할수가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