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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말들

몽상(최성규) 2024. 10. 29. 11:51

갑자기 생각난건데.

 

보면 볼수록 아득하고 정처없고 처연한 단어들.

아득하다 라는 말.

정처없다 라는 말.

처연하다 라는 말.

 

아득하다.. 하고 입에 붙여보면 조용한 호흡 같다. 먼 곳으로 보내진 눈은 더 이상 찾지 않겠다는 마지막 인사라도 할 것 같다.

그 소리와 모양이 너무 아득하기만 하다. 세종대왕님은 어찌 이런 말을 만들어 냈을까. 

 

정처없다.. 하고 말하면 한숨을 하는 것 같아서 발이 무겁다. 그리고 이내 어깨도 무거워진다. 그런데 그 무거운 것이 익숙해진 등짐의 무게와 같아서 몸에 꼭 맞는 것처럼 편안해지는 무거움이 된다. 이 얼마나 정처없는 말이란 말인가.

 

처연하다.. 하면 마른 눈물같은 소리가 난다. 토하듯 울고 나서 하는 날숨처럼.  

아무 뜻이 없는 표음문자가 아닐까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또렷하게 처-라고 들리고 -연.하고 사라지기만 한다. 

갑자기 찾아봤는데 '처연하다'를 알려주는 영어 단어도 없단다. 

 

이 얼마나 신비하고 신비한가.

 

부디 누구든 아득하다.정처없다.처연하다.라고 쓰려거든 뒤에 ㅋ 를 붙이지 않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