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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몽상(최성규)
2024. 10. 29. 11:52
오늘 하루 죽음이란 단어가 도처에서 보였다.
'서울대생 자살. 올해들어 4번째'
'레이싱걸, 아이돌 그룹 출신 이모양 자살'
'경찰조사받던 40대 교사 목메 자살'
'고양시 여고생 살해. 동갑남성 용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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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축구 점쟁이 문어 수족관서 자연사' 에다
회사에선 여기저기서 피곤해 죽고 추워서 죽고 결과가 안나와서 죽겠다는 말들을 세다가 지쳤다.
게다가 오늘은 안중근 의사가 이토히로부미를 죽이고 김재규가 박정희를 저격한 날이라는 코멘트의 메일까지.
너무나도 많이 죽어나가고 너무나도 쉽게 죽음을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에 순간 섬뜩했다.
대한민국 작년 하루 42명 자살. OECD 최고.
열거한 죽음들은 정지적이건 역사적이건 사회적이건 나름의 의미가 부여되고 기억될 것이지만 지금 이 순간 어딘가에서 죽어나가는 이름없는 죽음들. 무고한 한 사람의 죽음은 온 인류의 죽음과 같다던데.
왜 이렇게 우울한지 모르겠다.
집에 오는 길에 어깨를 스쳤던 유난히 옷이 초라했던 사내는 술에 취해 겨우 걸음을 옮기고 있었고 사람없었던 인도에서 양말을 팔던 아주머니는 상자에 주섬주섬 양말을 담고 있었다. 추워서 그랬는지 하나도 팔지 못해서 였는지 떨고 있던 그 손, 키가 작았던 그 사내는 이 추운날 어디쯤 갔을지 그들의 안부가 소름끼치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