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0회 인디다큐페스티벌에 송고된 글입니다.
[프로그램 노트]
<옥포만에 메아리칠 우리들의 노래를 위하여> (1991, 다큐멘터리 작가회의, 40 min)
다큐멘터리 작가 회의가 남긴 두 편의 영상 중 대우 조선 노조의 파업 투쟁을 다룬 <옥포만에 메아리 칠 우리들의 노래를 위하여>는 <전열>과 여러 면에서 비교되는 작품이었다. <전열>이 오랜 시간을 들여 형식과 플롯을 고민한 뒤 제작에 들어간 반면, 이 영화는 단 몇 차례의 촬영만 진행한 뒤 조합원이 찍어놓았던 영상을 더해 편집되었다. 당시 <전열>을 기획 중에 있던 제작진들이 골리앗 크레인을 점거하고 총파업을 벌인 조선 노조에 연대할 목적으로 긴급하게 현장에 투입되어 사전 기획 없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처럼 <전열>의 작업 과정에서 우연히 탄생한 이 작품은 오히려 작가 회의가 추구했던 리얼리티와 설득력을 갖춘 다큐멘터리로 평가받게 된다.
두 작품의 구성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해설자가 한국 사회의 정치적 상황을 설명하며 대우 조선 문제에 접근해 간다는 점에서는 형식적으로 유사하다. 하지만 <옥포만에 메아리 칠 우리들의 노래를 위하여>는 파업 중인 노동자들과 가족들 인터뷰, 노조와 회사 측의 단체 협상 장면 등 현장에서 얻을 수 있는 영상에서 이전 작품과는 다른 생동감과 설득력을 보여준다. 질문자의 목소리까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즉흥적으로 다가가 진행된 인터뷰는 관념적인 단어가 아닌 쉽고 공감되는 일상의 언어를 얻어냈다. 또한 규격화된 숏보다 들고 찍기를 통해 현장감과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앵글을 보여준 것이다. <전열>의 경우 내레이션이 영상을 지배했다면, 이 영화는 파업 투쟁의 현장 주체들의 표정과 목소리가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골리앗 크레인 위의 점심식사 풍경, 상념에 빠져있는 조합원, 소수의 여성 노동자, 특수 부서의 노동자들, 파업 투쟁에 참여한 부인과 아이들로부터 서사가 정리되고 이들의 투쟁이 한 인간의 역사임을 알려준다.
<옥포만에 메아리 칠 우리들의 노래를 위하여>는 일반 관객의 입장에서 가질 수 있는 궁금증들을 지도부가 아닌 구성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설명한다. 노조 내부에 배급하기 위한 교육적 영상물에서 벗어나 대중의 눈높이에서 파업 투쟁을 바라보고, 일반 관객에게 소통을 시도하는 영화로 거듭난 것이다. 영상 운동을 추구했던 시대 속에서 ‘다큐멘터리 영화'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다큐멘터리가 단순히 무언가를 발언하기 위한 도구가 아닌 현장에서 의미를 찾고 탐구하는 과정 속에서 리얼리티와 설득력, 나아가 미학적 가치를 얻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영화에서 찾게 된다.
최성규 (비평 분과 회원 / 한국독립영화협회)
# 이 글은 ‘독립 다큐멘터리 연구모임’이 지은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 중 해당 작품과 관련된 내용을 인용하고 이를 정리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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