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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네번째 이야기] 3월 8일- 치앙마이 트레킹 2일차

3월 8일 08:00 경 너무 잘 잤다. 몸은 피곤했고 술까지 먹었는데도 너무 가뿐했다. 공기가 좋아서 그랬나.  아. 잠시 뒤척인 기억이 난다. 아직 대가리에 피도 안마른 백인 노무 자슥이 취해서 소리지르고 울고 하는 통에 나가볼까 하다가 그만뒀다. 니가 한국말만 했어도 형이 얘기들어 줄 수 있는데. 암튼  걸레인지 이불인지 모를 것을 덮고 자도, 비가 왔다면 대위기가 왔을 그런 곳이었어도, 업어가도 모를 밤이었다.  장작을 패고, 불을 피우고, 식사 준비를 한다. 평화로운 아침 풍경. '아.. 일어나야 하는데.. 출근.. 몇시야..' 몽유병 환자들처럼 아침을 맞는 도시인들과 비교할 수 없는 건강함과 평화로움에 압도.. 전시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마음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진다. 왜 고단하지 않겠나..

place 2024.10.29

[태국, 세번째이야기] 3월 7일 - 치앙마이 트래킹 1일차

3월 7일 트레킹 1일차. 차앙마이 트레킹!  체크아웃을 하고, 다시 짐을 쌌다. 태국의 대자연을 체험하고, 소수민족이 살고 있는 고산마을에서 하루밤을 잔다고 했다.  4000km 를 날아와서 만난 신기한 캐릭터들이다. 이들과 보내게 될 이틀간의 여정이 궁금해 미칠 것 같다. 아침부터 신났다.   차가 처음 멈춘 곳은 Butterfly farm. 나비를 풀어 놓은 자그마한 식물원에 산책길이 마련되어 있다. 한국에서도 볼 수있는 뱀눈나비, 꽃들과 싱그러운 야자수들. 한가로왔다. 내내 농담을 주고 받던 두사람의 아웅다웅한 모습처럼ㅎㅎ  또 얼마쯤 가다가 내린 곳은 재래시장이다. 이틀간 일정에 필요한 걸 사라는 모양이다. 한국과 무척 닮았던 재래시장은 시끌시끌했다. 물건을 파는 사람들은 한가족처럼 모여 앉아 ..

place 2024.10.29

[태국, 두번째 이야기] 3월 6일 - 치앙마이

3월 6일 오전 08:00 경  치앙마이 기차역. 방콕의 기차역과는 사뭇 다르다. 기차에서 쏟아진 사람들이 서둘러 어디론가 제 갈길을 가는 대도시의 풍경과는 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마중나왔을지 모르는 누군가를 찾는 사람들, 기다렸던 사람을 만나는 사람. 숨을 돌리며 나 만큼이나 낯선 나라의 로컬을 궁금해하는 여행자들.  어쨌든 나는 갈 데가 있었다. 여행 중에 예약같은 건 하지 않는 편이지만, 헤메고 다니기엔 아까운 시간이다. 숙소 예약은 오늘 하루 뿐이었다. 첫날은 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있으니까. 그리곤 정보가 필요했다.  한국인이 운영한다는 게스트 하우스 '미소네'를 가는게 첫 미션이다. 사진에서 보이는 빨간 택시(?), 썽태우를 잡고 말을 해야 한다.   "음.. 웨어.. 미소네? 음.. 두 유 노..

place 2024.10.29

[태국, 첫번째 이야기] 2011/03/04~05_방콕->치앙마이

하기휴가를 끌어다 쓴 것도 아니고 한가한 것도 아닌데 9일 휴가를 선언하고 떠난 곳. 태국.주말 앞 뒤로 붙이면 겨우 5일 휴가였다. 일주일 전 결재를 올려 하루 전 승인이 났다. 결재가 안나면 무단결근이 불가피했다.  하루 전 승인의 사연 인즉, 유례가 없고 회사 분위기 문제를 이유로 생각을 해봐야 한단다. 생각하시느라 애썼겠다. 비행기표는 한달 전에 끊어놨고 난 취소할 생각이 없었는데.   위기였다. 사는게 시시해서. 뭐든 자극이 필요했다. 일단 짐싸고 떠나기로. 자전거, 도보로 한국 종/횡단/side road 완주를 끝냈고, 무인도 서바이벌까지 마친 뒤다. 기타를 메고 제주도도 돌았고. 이제 다음 여행은 물을 건널 수 밖에 없다. 왜 태국?  히피의 섬 꼬창. 로망 길거리 연주여행의 멤버가 꾸려졌으..

place 2024.10.29

[그곳]사북

사북. 민영최대규모 동원탄좌가 품었던 곳. 1960년 산업화라는 기차가 브레이크를 잃고 달리던 시절, 검은 황금을 캐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을 수용하기만 했던 도시였단다.    대규모 사택과 탄을 옮기기 위한 철도가 생기면서 엄청난 인구가 몰려들었지만 석탄을 캐기 위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던 그곳은 팽창에 팽창을 거듭하고는 철저히 버려졌던 역사..     '합의가 타결되는 순간 모든 주민이 얼싸안고 춤을 추었으며 장내는 울음바다가 되었다'  애물단지가 된 광산. 아무런 대책없이 폐광 조치를 했던 정부를 상대로 눈물겨운 투쟁 끝에 얻어낸 건 강원랜드였고. 검은 기침과 광산사고의 비명을 뒤로 하고 고단한 하루를 마치던 그들과 그들의 자식들이 이제와 붙잡고 있는 건 카지노다.     사북역을 나오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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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클럽 바다비의 크리스마스

; 왼쪽부터. 우중독보행, 재미있는장포크, 김수진, 백수와조씨  클럽 바다비.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크리스마스에.클럽빵과는 비슷한 듯 다른 느낌. 역시 순수관객은 몇 되지 않고 대기중인 밴드멤버를 제외하면 한손에 꼽을 상황.익숙하다 이런거. 언제는 나를 제외한  모두가 공연팀인 적도 있다. 자꾸 나만 보고 노래를 하고 멘트를 하는 바람에 몸둘바를 모른 적도 있다. 뭐 오로지 나를 위한 로멘틱한 시간이거니 할만도 한데 막상 앉아있어보면 것도 할짓은 아니다. 아마 무대에 있는 사람도 그럴것이다. 크리스마스라 특별공연이 준비되어 있었다. 1부 공연팀(4팀)이 모두 출연하는 작은 노래극.직접 대본을 쓰고 슬라이드와 라이브 반주, 나레이션에 연기까지 모두가 참여한 초아마츄어창작노래극이다. 사장 우중..

place 2024.10.29

담배 맛있는 곳

담배 맛있는 곳. 서울아트시네마. 돼지냄새가 나는 순대국집을 지나 낙원상가 4층에서 내려다본 종로거리.늘 영화를 보고나면 이곳에서 담배를 문다.항상 바람이 불어서도 그렇지만 영화의 잔상이 아른거려 머리에 꽃꽂고 싶어진다. 난간에 팔을 건 채로 시선을 멀리 두고 있으면 누군가가 와서 나와 같은 자세로 담배를 문다.그 모양을 보고 있으면 또 문다 담배. 그러다 해가 지면 저 프레임은 그대로 영화가 된다.

place 2024.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