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거기 있었습니까? A fost sau n-a fost? 12:08 East of Bucharest> (2006) ------------------------------------------------
감독 : 코르넬리우 포룸보이우
1989년 12월 22일 12시 8분. 루마니아에서는 대규모 민중시위를 통해 장기집권으로 악명 높던 차우세스쿠 독재체제가 무너졌다. 이것은 격렬하고 처절했던 민주화 혁명의 승리였고 그의 몰락은 TV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되기도 했다. 영화 <그때 거기 있었습니까?>는 그로부터 16년 후, 12월 22일 루마니아 수도 부카레스트 동쪽의 작은 도시에서 극적인 과거를 회상하는 사람들의 하루를 다룬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악명 높은 독재자의 몰락’ 이라는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시종일관 진지하고 무겁기보다는 참을 수 없는 웃음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Daum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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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1989년 12월22일 오후 12시 08분. 15년의 독재, 표현의 자유와 언론 통제 그리고 엄청난 국가 부채로 터져 나온 루마니아 민중의 분노가 승리의 환호를 외치던 날. 티미쇼아라에서 시작된 혁명이 수도 부카레스트로 확산, 변두리로 번져가고, 한적하기만 했던 영화의 작은 마을에 도착하던 그 때. 희망이 없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누군가는 술에 취해 있었고, 또 누군가는 황혼에 접어든 아내와의 말다툼이 내내 마음에 걸려 꽃을 사러 가던 길이었다.
영화의 배경은 그 날의 혁명으로부터 16년이 지난 하루, 무료한 일상에 끼어든 마을 방송국의 한 토크쇼다. 예정된 게스트가 펑크를 내고, 우여곡절 끝에 섭외된 여전히 가난하고 한가한 그들에게 토크쇼는 연신 물어댄다. "우리마을에 혁명이 있었습니까?", “그 날 그 시간, 광장에 나왔습니까? 나와서 누군가 시위 같은 걸 했습니까? 당신은 뭘 했습니까?” 우리 마을 혁명동이를 찾으려는 토크쇼는 마을에 혁명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판단하기 위해 한 판 소동극을 벌인다. 급조된 패널들은 거짓말을 하다가 마을 주민들의 전화 참여로 혼쭐이 나거나 평소 한심했던 모습까지 밝혀지고 또 누군가는 대본으로 연신 종이배를 접다가 스탭에게 지적을 받는 등 방송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의 촌극이 벌어지고, 방송 카메라가 자꾸 넘어지는 사고에, 토크쇼의 내용보다는 시청률에만 관심이 있는 진행자도 어설프긴 매한가지다. 더할 나위없이 평범한 이들에게는 너무 버겁기만 한 시간이 흐르고 , 계속되는 방송사고와 산으로 가는 혁명을 멍하게 바라보는 세 사람에게 도착한 마지막 시청자 전화. “내 이름은 티나. 제 아들은 12월23일 부카레스트에서 죽었어요. 하지만 난 밖에 눈이 온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전화했어요. 눈이 와요. 함박눈이. 지금 즐기세요. 내일이면 진창이 될 테니!" 순식간에 전화가 끊기고 토크쇼의 패널들은 머리를 긁적이며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때 거기 있었습니까>의 질문은 어디서든 언제든 끊임없이 되풀이된다. 80년 5월18일. 혹은 수많은 인파가 촛불을 들었던 2008년 5월. 그리고 2011년 오늘, 여전히 달라진 것 없고 사람들은 고달프다. 루마니아의 청소년들이 제 나라의 역사보다는 프랑스 혁명에 자신이 있다는 영화 속 장면만큼이나 ‘그때 거기 있었냐’는 질문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아프게 다가온다. 차우셰스크가 마지막 연설에서 지급하겠다던 돈 100리아, 그 돈이 생기면 아내와 여행을 생각했다는 피스코치의 고백은 낯설지가 않다. 헬기로 도주하는 독재자를 보며 참았던 서러움이 터졌지만 아내가 기뻐할 여행도 함께 날아가는 순간이 아쉬운, 겁 많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 해가 뜨기 전. 희뿌연 외곽도로부터 마을 광장까지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는 씬으로 시작한 영화는 하루가 저문 뒤 다시 광장에서 외곽으로 꺼져나가는 가로등을 따라 마을을 빠져나갔다. 너무 조용히 찾아와 번저간. 그런 혁명도 괜찮다는 위로가 살갑다.
(최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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