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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란나비 효과

몽상(최성규) 2024. 10. 29. 13:11

# 제18회 인디다큐페스티벌에 송고된 글입니다.

 

 

프로그램 노트 - <파란나비효과>

 

 

 

왜 파란 나비 효과일까영화의 첫 시퀀스는 이 질문을 유도하는 흥미로운 포석을 보여준다파란 리본이 쌓인 테이블과 리본을 만들고 있는 여성들의 익숙한 손놀림. 광장에 모여 앉은 사람들 사이로 이동한 카메라의 관심은 여전히 사람들의 손에 있고, 완성된 파란 리본이 수많은 손을 통해 전파된다검은 화면 위로 화려한 색의 파란 나비가 일러스트 된 타이틀이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어느새 먼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영화는 아늑한 느낌이 드는 마을 위를 천천히 비행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이 시퀀스는 정적 이미지인 파란 리본이 수많은 사람의 손을 통해 날개 짓을 하며 비행하는 나비로 연결되는 효과를 만들어 낸다물론 이 영화가 명명한 효과와 앞서 언급한 이미지 전환의 효과는 다른 의미다하지만 이 짧은 시퀀스가 보여주는 마법같은 변화는 <파란나비효과>가 주목한 지역 공동체의 변화와 맥을 같이 한다.

 

 

 

사드(THAAD) 기지가 들어선 경북 성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영화는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80여 일간의 투쟁을 담고 있다사드의 군사/외교적 실용성환경 파괴에 대한 경고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이 싸움의 배경에 대해 영화는 많은 설명을 하지 않는다제주 강정 해군기지밀양 송전탑 등 강제되는 국가 기반 시설에 의해 파괴되는 공동체를 담은 영화들이 있다. 많은 영화들이 공권력의 절차적/물리적 폭력과 저항하는 주민들의 무력한 모습을 취재해 호소하는 것을 전략으로 했다면 이 영화는 반대로 이 사건이 가져온 긍정적인 기운에 주목한다보수정권의 텃밭이라는 이유로 대중으로부터 지지를 얻지 못하고, 성주 군수와 관변 단체를 중심으로 나섰던 지역 공동체의 단단했던 투쟁도 균열이 생기고 이탈자가 늘어간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는 극적인 순간은 뜻밖에도 외부에서 찾아온다. 광화문 촛불, 5.18, 세월호 등 애써 외면했던 역사와 마주하고 연대하는 장면에 이르러 영화는 가장 숨죽인 자세로 그들의 감정을 들여다본다파란 리본이 나비가 되는 순간이다또한 이 영화에 대해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투쟁을 이끌어 가는 여성들이다적개심과 분노가 아닌 공감을 바탕으로 일상과 투쟁이 하나가 되는 지치지 않는 싸움의 전형을 보여준다익명성에 취해 문을 닫고 살던 이들이 이웃이 되고서로의 아픔을 보듬는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거듭나는 마법 같은 시간. <파란나비효과>는 패배하지 않는 싸움을 제안하는 중이다.

 

 

 

최성규 (한독협 비평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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